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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 투영 === '''{{{+3 2023년 06월}}}''' |||||| '''{{{#white {{{+1 위험한 시약}}}}}}''' || ||||||<width=12px><tablebgcolor=black>{{{#white 고요함이 다시 이베리아를 덮쳤을 때 바다에서 온, 기억 속의 누군가가 쏜즈 앞에 나타났다. 그 에기르인은 탐구하고 고민하며 기필코 자신의 결론을 검증하려 한다.}}}|| ||<tablewidth=600><tablebordercolor=#010101,#333><bgcolor=#fff,#1f2023>{{{#!folding [ 본문 ] ||<width=60px><tablebgcolor=black> {{{#white Part 1.}}} ||||{{{#white 해안선이 함락된 지 몇 분도 안 돼 바다의 굉음과 육지의 소음이 전부 사라졌다. 마치 대뇌가 귓가에 들려오는 모든 음파를 차단하기라도 한 듯, 거대한 재난이 남긴 건 오직 공백뿐이었다. 발밑의 땅은 만연하는 명흔의 먹이가 되어 부서지고 삼켜졌다. 쏜즈가 서 있는 이곳도 고지라고 해서 절대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철수를 거부한 에기르인은 잠시 평온을 되찾은 바다를 지켜보고 있었다. 진동의 여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의 귀에서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이질적인 액체가 흘러나와, 장갑을 적시며 앞다투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피다. 그러나 쏜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앞의 사태에 비하면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었으니. 솔직히 쏜즈에게 있어 이베리아는 결코 편안한 곳은 아니다. 그가 해안선에서 보낸 시간은 내륙 도시에서 보낸 시간보다 훨씬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베리아와 에기르를 버린 그는 이 두 곳을 자기 고향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이곳에, 이 만신창이가 된 이베리아로 돌아왔다. 과거 쏜즈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던 황금시대를 재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기대를 아직도 품고 있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귀에서 흘러나온 피는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려 극심한 간지럼을 자아냈다. 쏜즈는 자신의 피를 어떠한 이물질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렇게 피를 흘리는 행위 자체가 이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다에 이끌린 이물질이 쏜즈를 아직도 이곳에 머물게 하고 있었다. 이 바다 깊은 곳에서, 줄곧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이질적인 이끌림은 날이 갈수록 뚜렷해졌고, 쏜즈는 더 이상 이런 이끌림을 무시하라고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한 가수가 말했던 것처럼, “네가 두려워하든 말든, 그것은 널 찾아갈 거야.” 그 가수가 말한 그것이 쏜즈의 고향일까, 아니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바닷속 생물일까? 그는 답을 찾아야 했다. 의문이 풀리기 전까지 그는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 {{{#white Part 2.}}} ||||{{{#white 에기르인은 자신이 환각을 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공백과도 같은 침묵이 지나자, 날카로운 통증이 울부짖기 시작하더니, 먼 곳의 해수면으로부터 꿈틀거리는 생물의 모습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시야의 끝에…… 이곳에 나타나지 말아야 할 모습이 들어왔다. 비록 형체는 이미 순수한 시본으로 탈바꿈했지만, 어떤 묘한 직감에 쏜즈는 그것이 과거 은사의 모습이라는 걸 알아챘다. 모습을 통해 알아챘다기보다는, 그 괴물과 눈을 마주친 찰나에 스쳐 간 깨달음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그 순간, 과거에 느꼈던 갖가지 위화감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그에게 값진 지식을 전수해준 이베리아 선교사는 애초부터 심해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심해 주교는 부서진 해안에 서 있었고,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이 더 많아 보였다. 시테러들이 선교사를 둘러싸고 희열이라도 느낀 듯 울부짖었고, 시본 유체는 가느다란 촉수를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위매니에 속하는 그들은 그렇게 순수한 모습으로 파도에 의해 흔들거리고 있었다. 선교사의 등에 석양이 비치자, 잿빛 그림자가 바다에 떨어져 부드럽게 일렁거렸다. 그리고 어디선가 잔잔하고 묵직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선교사는 거기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반가운 재회로구나, 아이야.” 곳곳에서 들리는 속삭임은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것은 위매니에겐 없어야 할, 개체에 속하는 감정이었다. “너는 보지도 못했던 바다를 동경하고, 고향의 땅을 그리워하고 있구나.” “그게 네가 여기에 남아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인가?” “너의 피에는 내가 남긴 선물이 있지. 원래는 하찮은 것이지만, 너는 위매니 사이에서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구나……” “너는 여전히 방황하고, 방랑하며, 여전히 찾고 있느냐?” “네가 찾고 있는 게 이곳, 여기에 있느냐?” “위매니가 개체의 의지를 덮어버리지만, 그중에서도 예외는 있는 법.” “최선의 길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의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그렇지만 너는, 너는 답을 찾았느냐?” 선교사가 손을 내밀었다. 어린 시본이 꽃을 피우자 바다의 자손들이 그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나는 늘 네가 올바른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아이야.” 시본의 소리는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차곡차곡 퍼져나갔다. 쏜즈는 그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 상대는 늘 그렇듯이 쏜즈에게 자신의 사고를 유지하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만약 지금까지의 모든 검증 방법이 실패로 끝나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한다면…… 눈앞의 이 선택이 그가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까? 눈앞의 이 선택의 끝에 과연 그가 원하는 답이 있을까? 석양이 쏜즈의 눈앞에서 저물어 갔다. 위매니는 육지를 향해 전진하지 않고, 반대로 천천히 뒤로 물러갔다. 신성한 종교화가 조각조각 부서져 갔다. 금과 은이 해수면에 흘러내리고 있다. 에기르인은 손에 든 검을 천천히 들어 선교사를 향해 겨눴다.}}}|| || {{{#white Part 3.}}} ||||{{{#white 이 도시는 지금까지 얼마 동안 버티고 있었을까? 며칠? 한 주? 아니면 한 달? 상황은 점점 악화했고 주변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정찰을 나간 소대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들의 통신기는 거의 죽을뻔했던 재판관이 대신 가져왔다. 너덜너덜해진 통신기에는 마지막 보고 내용이 저장돼 있었고, 녹음의 마지막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담담한 작별인사였다. 시본과 맞서 싸운 동료는 끝내 숨을 거뒀고, 전사들은 시테러 무리에 파묻혔으며, 의사들은 마지막 힘을 짜냈지만, 치료용 아츠 유닛도 결국 적의 피로 물들었다. 방어 시설을 지키던 대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수용 방벽을 가동해, 가까스로 시본과 시테러를 막았다. 도시가 붕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설비는 분한 듯 윙윙거리며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쏜즈는 이곳에 남았다. 그는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몰려드는 인파를 헤치며 역류하듯 바다로 나아갔다. 에기르인은 홀로 해안에 서 있었고, 손에는 형광빛이 나는 시약을 들고 있었다. 이 시약을 만들 때, 그는 언젠가 이걸 사용할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 원료는 무엇이며, 또 무엇을 첨가했는지는 은사의 팽창한 몸집을 가른 쏜즈 본인만 알 수 있다. 이 시약은 도대체 녹색인 걸까, 파란색인 걸까? 그 누가 바다의 색깔을 정확히 말할 수 있을까? 쏜즈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바다를 받아들일 거란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다. 이곳엔 오직 쏜즈 뿐이다. 무수한 바다의 자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그들은 공격하지 않고 그저 친절하게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선악이 어떻게 뒤집히든, 진실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든 쏜즈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그는 무엇이 계속해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지, 피할 수 없는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야만 했다. 자신의 육체가 그들의 일원으로 변한다면, 바다 그 자체에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알고 싶었다. 이것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 의문이다. 하루라도 풀리지 않는 한, 그는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탐구할 수밖에 없다. 쏜즈는 줄곧 답을 찾고 있었다. 쏜즈는 자아를 지킬 자신이 있다고 믿었다. 아무리 이성이 침식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제정신은 유지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도 고민해본 적 있다. 만약 이 도박에서 지게 된다면…… 박사는 그의 모든 약점을 알고 있으니, 박사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주저할 필요 없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사고와 판단을 따를 뿐이다. 자기중심적인 에기르인은 시약이 든 주사기를 눌렀다. 그리고 고향을 자신의 몸속에 천천히 주입했다. }}}|| ||||||{{{#white '''퀘스트''': 도달}}}|| || '''{{{#white 클리어 보상}}}''' ||||<bgcolor=white> || || '''{{{#white 기본 소장품}}}''' |||| || }}} || ---- '''{{{+3 2023년 07월}}}''' |||||| '''{{{#white {{{+1 등불을 든 자}}}}}}''' || ||||||<width=120px><tablebgcolor=black>{{{#white 해안선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 한 이베리아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tablewidth=600><tablebordercolor=#010101,#333><bgcolor=#fff,#1f2023>{{{#!folding [ 본문 ] ||<width=60px><tablebgcolor=black> {{{#white Part 1.}}} ||||{{{#white “병사, 그리고 에기르인. 과거였으면 흔치 않은 조합인데.”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검은색 로브를 두르고 있었고, 손에 든 레이피어는 은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방금 절벽 위 초소에서 철수해 온 이 침입자들은 동굴에 사람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네 번째 해일이 관측 구역의 방어시설을 대부분 파괴하는 바람에, 그들은 주력부대와 통신마저 끊겨버렸다. 수많은 시테러가 그들을 쫓아다녔고, 살아서 동굴까지 온 사람은 병사 한 명과 감시탑 직원 한 명뿐이었다. 만신창이가 된 둘은 배고픔에 시달렸지만, 그것보다 앞에 있는 사람과 뒤에서 쫓아오는 시테러가 더욱 두려웠다. “당신은 재판관인가요?” 에기르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레이피어가 에기르인의 기억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검과 등불을 알고 있을 텐데?” 그녀는 어둠 속에서 조금 더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엔 심판의 불이 없었다. 그 등불은 그녀 등 뒤의 바위에 놓여 있었다. 병사는 무기를 내려놓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여기 재판관이 있을 리가 없잖아? 방어선도 붕괴한 마당에, 재판관이 있다고 해도 죽었거나 내륙으로 철수했겠지.” “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마지막 감시탑도 여전히 가동 중이고, 절벽 위에는 아직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마찬가지로, 바다에 돌아간 그녀들도 이렇게 쉽게 우리와 연락을 끊지는 않을 테지.” 검은 로브를 두른 그녀는 해안선을 바라보던 시선을 되돌렸다. “등불 없이 이 동굴 너머 후방으로 갈 수는 없을 거야. 에기르인, 그 등불을 들고 날 따라와.” 등불은 축축한 암벽을 은은하게 비췄고, 세 사람의 그림자는 점점 길어져 갔다. “너도 그 소문을 들었을 거야.” 병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시본이 인간으로 위장해서 침투한대. 처음엔 교회, 나중엔 군대, 심지어 일반 도시까지도. 지난번 초소도 그렇게 당했지.” 그들은 눈앞의 사람이 정말 재판관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에기르인은 생각했다.}}}|| || {{{#white Part 2.}}} ||||{{{#white 에기르인은 병사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대전을 앞두고, 재판소 사람들은 그들에게 인간 탈을 쓴 바다 괴물의 판별법을 알려준 적이 있다. 시테러든 시본이든, 그들은 그저 인간의 걸음걸이만 모방할 뿐, 실제로는 촉수나 갑각으로 바닥을 문지르며 걷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넘어지거나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면, 그들의 정체가 바로 탄로 난다. 하지만 이것도 예전 이야기다. 바다 괴물들이 가장 뛰어난 게 바로 진화 아닌가. 보름 전, 한 전초기지가 근처 전장에서 보낸 구조 신호를 받고 구조팀을 보내 시테러 무리에서 패잔병들을 구해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전초기지는 함락됐다. 그나마 튼튼하다고 할 수 있는 방어시설마저 내부로부터 공략당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시테러가 병사를 삼켜 그의 모습을 모방한 건지, 병사가 절망 속에서 스스로의 변화를 받아들인 건지 그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아무리 낯익은 얼굴이라도, 언제든지 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게 공포와 불신이 사람들 사이에서 만연했고, 각 방어선의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었다. 연구자들이 말하길 시본의 생물적 특성에 따르면, 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음모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아마 인파 속에 섞인 '동족' 냄새를 맡았고, 급급히 동족의 곁에 다가와 그들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 변해, 서로 교감하고 그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맞이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비난했다. 인류에게 있어 이건 전쟁이고, 전쟁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만 적을 이해한다. “만약 이것도 함정이라면? 저 여자가 우릴 구하러 온 게 아니라, 나락으로 이끄는 거라면?” 병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의 두 눈은 심한 피로 때문에 충혈되어 있었다. “이대로 당할 수만 없어. 너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게 됐지만, 나는 달라. 나는 꼭 빅토리아에 돌아가야 해.” 그는 다시 무기를 집어 들고 앞에서 걷는 안내인에게 덤벼들었다. 암벽에 비친 그림자는 서로 뒤엉키면서 점점 변형되어, 길어지고, 팽창하고, 갈라지고, 그리고 터져버렸다. 짙푸른 액체가 벽에 튀었고, 일부는 에기르인의 얼굴에까지 튀었다.}}}|| || {{{#white Part 3.}}} ||||{{{#white “불쌍한 사람이네.” 여전히 서 있는 그녀는 레이피어를 닦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나를 공격하려는 욕망이 어디서 왔는지 착각한 모양이야. 죽을 때까지도 아마 자신은 빅토리아 병사고, 전쟁이 끝나면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도대체 언제부터……” “저번 전투에서, 어쩌면 더 오래전이었을지도 몰라. 아마 자신도 알아채지 못했을 테지. 어쩌면 절망적인 싸움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적의 체조직을 삼켜버렸고, 그렇게 변화의 씨앗이 심어졌을지도 몰라.” 그녀는 에기르인을 흘깃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누구나 전장에서 살아남길 원하지. 이건 시테러도 마찬가지야.” 후드 밑에 있는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재판관이 틀림없다. 에기르인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고, 병사의 세포가 입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 연신 침을 뱉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나란히 걸어갔다. 동굴 깊이 들어갈수록 악취가 더 심해졌다. “이렇게 많은 시테러 시체가…… 전부 당신이 죽인 건가요?” “한 마리라도 절벽 위에 기어 올라가게 둘 순 없으니까.” “다…… 당신,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싸우고 있었던 겁니까?” “아직 부족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전에…… 한 선장을 만난 적이 있어. 자신의 함선을 진정한 이베리아라고 불렀지. 그러면서 자신의 이베리아를 60년 동안 지켰다고 했어.” “60년……” “아마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있지 않을 테지. 하지만 해안선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 한, 이베리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쉽게 죽지는 않을 거야.” 그들은 어느새 좁은 균열 앞까지 왔다. 이곳에는 시테러의 시체가 없었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은은하게 맡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혼자 가야 해. 그 등불은 가져가.” “그럼 당신은?” “나?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그런 얼빠진 상태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 보니, 어지간히도 운이 좋은가 봐.” 그녀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느껴졌다. “나도 당신 같은 에기르인을 한 명 알고 있어. 어쩌면 당신들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두 사람은 분명 꿈적도 하지 않았지만, 벽에 비춘 그림자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고 가느다란 무언가가 로브 안에서 미끄러져 나와 몇 번 꿈틀거리고는 다시 들어갔다. 에기르인은 그제서야 눈앞의 이 사람이 왜 등불을 들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병사의 추측이 옳았다. 하지만 에기르인도 재판관의 등불을 들 수 있는 이상, 그녀의 정체 따위는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 등불은 재판관의 상징이자, 재판관의 의지로 밝히는 것이야. 에기르인, 이 등불을 당신한테 맡길게. 당신의 앞길에…… 이베리아의 앞길에는 더 많은 빛이 필요할 테니까.” 에기르인은 재판관의 등불을 꽉 쥐었다. “그럼 당신은요? 제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사람들을 불러서……” 순간, 로브 밑에 숨겨진 촉수가 문득 떠오른 에기르인은 더 이상 말해 봤자 눈앞에 있는 사람에겐 의미가 없을 거란 걸 깨달았다. “적어도, 이름만이라도 알려 주지 않겠습니까.” “내 이름은 아이린, 이베리아인이야.” 재판관이었던 그녀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돌려 칠흑 같은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 ||||||{{{#white '''퀘스트''': 도달}}}|| || '''{{{#white 클리어 보상}}}''' ||||<bgcolor=white> || || '''{{{#white 기본 소장품}}}''' |||| || }}}|| ---- '''{{{+3 2023년 08월}}}''' |||||| '''{{{#white {{{+1 파수꾼}}}}}}''' || ||||||<width=120px><tablebgcolor=black>{{{#white 오직 그만이 대낮처럼 뜨겁다.}}}|| ||<tablewidth=600><tablebordercolor=#010101,#333><bgcolor=#fff,#1f2023>{{{#!folding [ 본문 ] ||<width=60px><tablebgcolor=black> {{{#white Part 1.}}} ||||{{{#white 이베리아 해안은 날씨가 급변하기 쉽다. 조르디 폰타나로사는 매주 일요일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유독 오늘만큼은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에 참을 수 없어, 마치 차가운 폭포수가 심장에 떨어지는 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이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을 멈추고 서류로 가득 찬 방을 도망치듯 나왔다. 빗물이 땅에 떨어져 부서지는 순간, 조르디의 코에는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다. 축축한 흙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이는 날씨나 계절뿐만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가 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전선에서 소식이 들려오고, 축축한 공기가 코를 가득 채울 때마다 조르디는 이 시대에 대한 인상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에기르가 멸망하고 나서부터 쭉 그래 왔다. 해 질 녘이 다가오자 등대의 불빛은 이베리아의 마지막 요새를 붉게 물들였다. 가는 길에 조르디는 징벌군 장교들의 대화에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엄격한 통제를 받는 우울한 말투, 후방 장교들의 하소연까지, 그들은 이제 무감각해져 낙담하지도, 그렇다고 투지가 넘친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세며 걸어가던 조르디는 한 사람과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상대가 입을 열자 조르디는 깜짝 놀랐다. 자신과 부딪힌 사람이 이렇게 젊을 줄은 몰랐다. 비록 이곳은 중심구지만,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핏자국이 묻어 있었고, 건장한 체격에 한쪽 팔이 없었으며, 키는 조르디와 비슷했다. 처음에 조르디는 그가 베테랑 징벌군인 줄 알았지만, 그와 시선이 마주치면서 그의 배낭에 들어 있는 낡은 등불과 검을 보자, 그가 에기르 출신의 젊은 견습 재판관이라는 걸 눈치챘다. 조르디는 그와 같은 젊은 재판관 한 명을 알고 있었다. “막 돌아온 건가?” “그렇습니다, 서기관님.” 젊은 재판관은 의외로 차분했다. 마치 악몽과도 같은 전쟁터를 뒷전에 버리고 온 것처럼.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조르디는 이 젊은이들이 전쟁터의 잔혹함에 익숙해진 게 아니라, 슬픔에 익숙해졌다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젊은 재판관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지금의 재판소에 재판관이 많지 않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젊은 재판관은 목례를 하곤 조르디를 스쳐 지나갔다. 그의 비틀거리는 뒷모습은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언제 녹아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했다. 조르디는 무심결에 뒤돌아보며 이렇게 물었다. “자네 이름이?” “마티아스입니다.” “에기르 이름은 아닌 것 같군……” “양어머님께서 이베리아인이시니까요. 지금은 에기르의 성씨만 남았지만요.” 젊은 재판관은 주저하고 있었다. 이런 사적인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해야 싶은 듯했으나,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브레오간입니다.” “응?” “저의 가문이 브레오간입니다. 이것만 알았지, 나머지는 하나도 모릅니다. 심지에 이게 성씨인지, 아니면 어느 조상님의 이름인지도 저는 모릅니다. 아무튼 저의 고향은 이미……” 조르디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짧은 침묵을 먼저 깬 건 젊은 재판관이었다. “제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아마 성도 카르멘 님의…… 음, 제자분이시죠?” 그 이름은 조르디의 가슴 통증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너무나도 격한 감정에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 그는 순간적인 어지러움을 간신이 참아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 그리곤 자학에 가까운 말투로 되물었다. “왜, 실망했나, 젊은 재판관? 지금 같은 비상시기에 자네들과 함께 싸워주지 못하는 나에 대해서……”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젊은 재판관은 조르디가 자기 말을 오해했다는 걸 알아채곤,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카르멘 님께선 우리 같은 사람은 불씨를 지키는 사람이고, 당신들이야말로 그 불씨라고 하셨죠.” 조르디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북받치는 오열을 간신히 억누른 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맙네. 공교롭게도…… 브레오간이란 이름은 나랑도 조금 관계가 있지. 비록 지금은 나와의 연결고리를 증명할 순 없지만, 나는 브레오간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어.” “조선공의 전설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서기관님.” “아니.” 순간 말을 멈춘 조르디의 뇌리에는 과거의 여러 사건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에기르에 가본 적이 있다. 고향에 간 적이 있지.” 젊은 재판관의 눈에서 한 줄기의 빛이 반짝였지만, 이내 다른 일이 젊은이의 핏줄에 대한 동경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그 얘기는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 때……” 그렇게 젊은 재판관은 떠났다. 빗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어디선가 밤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르디는 다시 지저분한 작업실에 돌아왔다. 그는 어지럽혀진 책상을 몇 주 전처럼 깔끔하게 정리하곤, 책상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지만,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두려움, 슬픔, 분함이 그를 집어삼켰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타자기가 적셔지지 않도록 눈물을 꾹 참는 것뿐이었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실종자'의 아래에 몇 글자를 입력했다. “카르멘·E·이베리아, 사망 확인”}}}|| || {{{#white Part 2.}}} ||||{{{#white “1,300킬로미터.” 불쑥 튀어나온 말에 조르디는 자신이 결례를 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난 뒤였다. 그러나 조르디가 한 말의 의미를 가장 먼저 이해한 사람은 앞서가고 있던 대재판관 아이린이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홀에 있는 전략 테이블을 향해 눈을 돌리며 말했다. “그란파로의 등대가 여기서 1,300킬로미터지.” 아이린은 잠깐 회상에 잠겼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그 의미는 우리 국토가, 인류의 방어선이 1,300킬로미터나 후퇴했다는 뜻이야.” 조르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약 각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숫자가 더 커졌을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테라의 모든 병력이 이베리아의 전선에 집중되어 있고, 우리에겐 제2의 방어선이 없다는 말이야. 이 1,300킬로미터의 땅은 이미 바다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아이린의 말을 들으면서도 조르디는 계속 길가의 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다. “방어선이 결코 견고한 건 아니에요. 시본이 이베리아 쪽으로만 침략해 오는 게 아니라…… 사르곤, 우르수스, 염국, 전쟁의 불길은 이미 대륙 전체에 퍼졌습니다.” “맞아, 그게 이번 임무의 사명이야. 시본이 빅토리아의 자작이나, 사르곤의 파디샤로 위장할 수 있는 한, 우리의 방어선은 이미 함락된 거나 다름없지. 하지만, 이번에 우리가 시테러를 이끄는 주교를 전부 몰살했음에도 시본이 여전히 자발적으로 육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걸 보면, 무언가가 놈들을 이끄는 게 분명해.” 조르디는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심해 자작은 이미 죽었잖습니까! 라이타니엔의 금률법위의 손에 죽었는데! 설마 그 밖에도……” “어쩌면 위매니가 더 큰 위기를 감지했을지도 모르지. 생존이라는 목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육지 생태계를 통합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 아이린은 커다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조르디는 이곳에서 십여 년을 생활했지만, 이 구역은 한 번도 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해야 해.” 아이린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예전의 그 세련된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그저 창백한 낯빛만 가득했다. “그것 때문에 다시 대재판관을 맡은 거니까.” “네, 그렇겠지요. 사실 당신에겐 명실상부한 자리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대재판관으로서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아이린은 들고 있던 불을 들어 올렸다. 홀은 순식간에 빛으로 가득 찼고, 어둠이 문에서 사라지자 불빛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이 커다란 방은 예전에 감옥이었던 것 같다. 그 후 용광로나 공방으로 사용됐고, 지금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방 한구석에서 먼지가 잔뜩 쌓인 채로 방치되어 있다. 그리고 방 중앙에는 '등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는 시본이 갇혀 있었어. 모든 재판관은 정식으로 부임하기 전에 이곳에 와서 바다의 진실을 배우게 되는 거였지.” 아이린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그래서…… 이곳을 대장간으로…… 개조한 건가요?” “맞아.” “저 등불은요?” 아이린은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다가가듯 등불에 다가갔다. 그녀가 등불을 집어 들자 눈 부신 빛이 조르디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등불이라기보다는 태양 같았다. “카르멘, 다리오, 요한, 카를로스…… 회수할 수 있는 모든 재판관의 등불을 모아 다시 이것으로 주조했지. 이름은 몇 개나 생각해봤지만, 아직 결정하진 못했어.” 아이린이 아츠의 시전을 멈추자, 빛은 순식간에 그 자그마한 유리 감옥 안으로 돌아갔다. “너라면 좋은 이름을 지어줄 수도 있겠네. 재판소는 이걸 네게 맡기기로 했어.” “저 말입니까!?” “등불을 쓸 줄 모르는 거야?” “아니…… 압니다. 카르멘 님께 배운 적은 있지만…… 그래도 재판관처럼 하기에는……” “괜찮아, 빛을 밝힐 수만 있다면 충분해. 정 안 된다면, 다음 사람을 찾아 넘겨줘도 되고.” 아이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조르디는 그제야 둘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걸 떠올렸다. “너는 재판소의 항쟁을 지켜봤고, 등대에서 우리의 개선도 지켜봤었지. 그 영웅들을 기억하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도 기억할 테고. 이 등불은 무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희망이야.” 아이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그걸 기억하고, 그걸 계속해서 전해줘” “그럼 당신은요?” 조르디는 거의 그녀와 동시에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쓰러뜨려야 할 시본은…… 이미 코드네임도 있어. 그 코드네임은……” 아이린은 등불을 내려놓았고, 희미해진 불빛 속에서 문의 저편을 향해 걸어갔다. “글래디아.”}}}|| || {{{#white Part 3.}}} ||||{{{#white 켈시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을 때, 익숙했던 그 여자는 재난 속에서 어느샌가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마지막 도시의 창시자가 되었고, 더 이상 그 자그마한 함선에서 오퍼레이터 루멘을 교육하던 켈시 선생님이 아니었다. 기억 속 켈시 곁에 있던 사람들은 지금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으며, 조르디 역시 많은 것을 잃었기에 그 도시에서 살았던 짧은 세월 동안 로도스 아일랜드에 관해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 혹여나 재난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의 희망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바다는 여전히 위험하다. 아무리…… 우리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해도.” 조르디의 호소를 듣고도 켈시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생태계 전체의 종속으로서, 위매니의 노예로서, 우리는 그저 공생 관계의 일환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을 뿐, 그것은 결코 우리가……” 켈시는 말을 멈췄다. 그녀는 문득 작별하러 온 사람이 과거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왔다는 것을 떠올렸다. “알고 있습니다.” 조르디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요.” “……호위라도 붙여 줄까?” “아니요. 그냥 이름 없는 늙은 서기관일 뿐이니, 그럴 가치도 없습니다.” 켈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르디에게 여행에 필요한 이동 수단과 짐을 준비해 주었다. 고향을 보러 가는 것일 뿐, 확실히 출병식 같은 거창한 준비는 필요 없다. 출발하기 직전, 조르디는 마지막으로 도시를 바라보았다. 이 도시는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평화는 찾아왔지만, 영원히 정체된 문명의 형태로만 위매니에게 허용됐으니. 조르디는 일평생 최전방에서 치열하게 싸운 적도 없고, 도시의 건설을 위해 진정으로 힘을 보탠 적도 거의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가장 하찮은 일만 해왔던 것 같다. 등대가 밝혀질 때도, 함선과 이베리아인들을 인도하는 건 등대의 불빛이지, 등대지기가 아니었으니. 조르디는 절벽 위에 주저앉았다. 시야가 닿을 수 있는 먼바다에서는 산호색을 띤 생물이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고, 매끄러운 갑각류 생물들은 질서정연하게 파도에 따라 딸깍거리며 소리를 냈다. 바다는 잔잔하고 온화했으며, 푸른 하늘은 더없이 맑게 개었다. 인류, 오리지늄, 데몬, 그리고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존재들을 극복한 뒤, 시본이 세상을 관찰하는 방법은 이미 인류가 감각 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뛰어넘었다. 조르디는 새로 탄생한 이 키틴질의 신이 바다 위 어딘가, 햇빛과 구름 사이 아무도 모르는 틈새에 말없이 가만히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한 인간이 둥지를 떠나 해안선을 향해 출발했을 때부터, 그것의 촉수는 은신처를 떠나 이 특이한 개체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고 있었다. 이제 그것은 테라 그 자체이자, 드넓은 바다를 누비는 위매니의 동족들에게 딱 맞는 비콘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로, 이 개체는 인류의 빈약한 두 눈으로 그것의 의지를 포착한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바다여.” 테라에 존재하는 위매니 개체들이 자기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노인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조르디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조르디, 조르디 폰타나로사. 한때 당신들의 하찮은 적이었죠.”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조르디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란파로. 에기르. 스툴티페라 나비스. 어비설 헌터스. 귀향. 전쟁. 붕괴. 각성. 신. 진실. 실패. 죽음. 이별. 치욕. 평화. 그의 말은 빨라지다가도 느려졌고, 소리는 커지기도 줄어들기도 했지만,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해변의 기이한 형태의 종려나무를 보듬었고, 산호초로 된 바위 구멍에서 소리만 날 뿐이었다. 노인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해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호응이라도 하듯, 바닷물이 미생물의 작용으로 순식간에 탁해졌으며, 갑각류 시테러들이 한데 몰려들어 뒤엉키고 뒤틀리면서 작은 배 한 척이 만들어졌다. 위매니는 그의 생각을 읽었고, 위매니는 그의 생각을 구현했다. 하지만 조르디는 위매니의 행위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았고, 그저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아뇨, 그게 아닙니다. 오해예요. 유감스럽지만, 당신이 졌습니다.” 파도는 대답하지 않았고, 이베리아의 마지막 수호자 또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햇살은 변함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그리고 갑각류 생물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어느 순간 완벽하게 겹쳤다. 위매니 중의 한 개체가, 마찬가지로 위매니 전체가, 이 어머니 별에 기생한 작은 개체의 유언에 응답했다. “안녕히, 조르디 폰타나로사.” “안녕히.” }}}|| ||||||{{{#white '''퀘스트''': 도달}}}|| || '''{{{#white 클리어 보상}}}''' ||||<bgcolor=white> || || '''{{{#white 기본 소장품}}}''' |||| || }}} || ---- '''{{{+3 2023년 09월}}}''' |||||| '''{{{#white {{{+1 별보라}}}}}}''' || ||||||<width=120px><tablebgcolor=black>{{{#white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얽매고 있는 중력과 고향을 버리고, 바다와 별하늘에 자신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도 모른다.}}}|| ||<tablewidth=600><tablebordercolor=#010101,#333><bgcolor=#fff,#1f2023>{{{#!folding [ 본문 ] ||<width=60px><tablebgcolor=black> {{{#white Part 1.}}} ||||{{{#white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주교 할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수행한 지 얼마나 됐을까? 소녀는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는 데 서툴렀다. 그건 그녀의 인생이 그 별빛을 마주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소녀는 자신이 충분히 냉정하고, 진지하며, 끈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약 생명의 가치를,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진정으로 그것을 어루만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모두가 같은 외나무다리를 건널 필요가 없다며, 그걸 건넌다고 무슨 자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인류의 가능성은 워낙 무궁무진하고 수단은 그저 도구의 일종일 뿐, 사람은 그 수단을 신앙할 게 아니라 그 목적을 신앙해야 한다. 할아버지는 늘 나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되고 싶은 모습이 어떤 것인지 찾으라고 격려하면서, 정작 가장 이해하기 쉽고 간단한 '답'을 바로 주기를 거절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의 길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것이 그녀 앞에 나타난 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할아버지가 오랜 벗과 한 서약이 조용히 상자 속에 놓여 있었다. 할아버지는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벌써 이틀째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하루가 더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할아버지가 준비한 대비 계획은 이 은신처를 완전히 휩쓸고 철저하게 파괴할 것이며, 그가 심혈을 기울였던 노력의 결정도……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의 맥박과 호흡은 소녀의 심장을 뛰게 했고, 그것은 그녀가 끝까지 가질 수 없었던 구원이었다. 손을 뻗어 상자를 열고 바다로부터 온 서약을 마신다면, 소녀는 모든 것이 결정됐던 그날로 다시 돌아가 바다에 비친 별빛으로 새로운 자신을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만약, 그 별빛이 정말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시다면, 차라리 눈을 멀게 하리라.}}}|| || {{{#white Part 2.}}} ||||{{{#white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손바닥을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른 손, 또 다른 하나, 어쩌면 더 있을지도…… 그제서야 소녀는 그것과 그것들이 하나둘씩 모두 별빛을 건져 올리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별빛이 손에 잡히다니? 소녀는 그 놀라움과 기쁨에 겨워 무심코 손발을 뻗어 빙글빙글 춤추기 시작했다. 별빛도 그녀의 기쁨을 알아챘는지 그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비록 음악이 없지만…… 음악이 없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촉수는 리듬이 되고 별빛은 멜로디가 된다. 그런데 왜 연주가 들리지 않는 걸까? 악기가 없어서일까? 그녀는 소리쳤다. “아니, 아니야…… 왜 이렇게 캄캄하지? 왜 별빛은 이곳을, 그리고 나를 비추지 않는 거야?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 “건조해서 그런가? 촉수가 건조해서 온도를 느끼지 못하나? 목이 말라서 소리가 나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고개를 들어 비를 부르고, 빗물로 목을 축이면 돼.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가 모두 사라지면, 나는 내 마지막 노래를 목청껏 부를 수 있어.” 마침내, 따뜻한 음표가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 반짝반짝 빛나는 반투명 멜로디가 되어 오색찬란한 거품에 뒤덮였다. “나는 곧 별빛으로 거듭날 거야.”}}}|| || {{{#white Part 3.}}} ||||{{{#white 소녀는 놀라며 꿈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방금 꿈에서 본 그 별빛을 잊을 수 없었다. 갑판에서 곯아떨어졌던 하이모어는 차가운 밤바람이 얼굴을 쓰다듬어 잠에서 깨어났지만, 몸은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애초부터 잠들었던 게 아닌, 자신의 의식을 잠시 쉬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육체의 피로 속에서도 잠에 대한 욕구를 느끼지 못했으니까. 시본의 피와 살이 그녀의 강인함을 만들어 준 대신, 그녀의 수면 욕구를 대폭 줄여줬다. 하지만 인간의 정신은 육체처럼 갑자기 생겨난 이 수많은 시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없다. 아까 몽롱한 상태에서 봤던 그 별빛은 어쩌면 의식 속에서 본 게 아니라, 머리 위 밤하늘의 실제 별빛이 아니었을까? 그렇다. 그녀는 그 별빛을 수도 없이 꿈꿨지만,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던 게 도대체 언제였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저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은, 절대 물러날 것 같지 않은 먹구름이 이베리아 하늘을 뒤덮고 있는 광경뿐이다. 하이모어는 문득 어렸을 때 부모님이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과거 이베리아는 별자리를 해독해 방향을 알아내는 것으로 항해를 실현하려 했지만, 끝내 별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별은 마치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 같았고, 심지어 일부 신비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별은 그저 지상 사건에 대한 예지와 투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소수 에기르인이 육지에 올라와 이베리아와 손을 잡고 해안선에 등대를 짓고, 등대를 통해 함선과 신호를 교환하면서, 이베리아는 점차 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바다의 경계를 정복해 나갔다. “어떻게 된 걸까, 이렇게 되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고향과 별반 다를 게 없는데? 풀지도 못할 별의 수수께끼에 눈이 멀어 바다에서 길을 잃다니. 그리고……” 하이모어는 뭔가 생각난 듯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등대는 길 잃은 배를 위해 돌아오는 길을 밝혀준다. 그 때문인지 등대는 시테러를 불러왔고, 파도가 들이닥칠 때 가장 먼저 파괴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일이 자신의 새로운 고향에서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white '''퀘스트''': 도달}}}|| || '''{{{#white 클리어 보상}}}''' ||||<bgcolor=white> || || '''{{{#white 기본 소장품}}}''' |||| || }}} || ---- '''{{{+3 2023년 10월}}}''' |||||| '''{{{#white {{{+1 허무 속에서}}}}}}''' || ||||||<width=120px><tablebgcolor=black>{{{#white 기억은 서술하고, 기록하고, 보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정은?}}}|| ||<tablewidth=600><tablebordercolor=#010101,#333><bgcolor=#fff,#1f2023>{{{#!folding [ 본문 ] ||<width=60px><tablebgcolor=black> {{{#white Part 1.}}} ||||{{{#white 로렌티나는 먼 곳에서 흔들리는 등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처럼 밀려온 괴물들은 이미 물리쳤고, 또 하나의 에기르 도시가 간신히 살아남았다. 물론, 일시적일 뿐이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재난 아래, 변함없는 것은 오로지 죽음과 고통뿐이다. 구조상으로 보아 그곳은 세월의 광휘가 깃든 오래된 도시 같았다. 비록 거리가 멀지만, 돔 아래 건물들의 위세와 오만함이 아련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다. 그 치욕스러운 배반 이후, 어비설 헌터스는 더 이상 도시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더 '원시적'인 이들은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물리쳤지만, 그들에게 더는 고향이 없었다. 아니, 고향이 존재하지 않았다. 로렌티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그녀도, 그녀의 대장도 이 혈맥 속에서 박동하는 불안함과 초조함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정해진 죽음을 앞두고 있다. 아니, 어쩌면 더 비참할지도 모른다. 죽음은 이미 시작됐고, 그녀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 끝없이 이어지는 부패를 꾹 참고 견디는 것뿐이다. 로렌티나는 여전히 그 에기르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는 다시 움직이며 어디까지 물러섰을지 모르는 방어선을 향해, 어디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운명을 향해 나아갔다. 그 희미했던 등불마저 점점 사라져갔다. 깊은 바닷속, 햇빛은 그저 머리 위 수천 미터에 떠 있는 아련한 그림자일 뿐, 분명히 존재하지만 아무도 느낄 수 없었다. 로렌티나의 주변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로렌티나는 물줄기의 변화를 느꼈다. 그녀의 대장이 떠나고 있다. 글래디아는 벌써 몇 년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싫어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쌓아온 둘만의 호흡으로 더 이상의 대화 따위는 필요 없었다. 이 부패가 완전히 끝나는 날까지 그녀들은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다. 이들의 관계를 '신뢰'라고 표현하기엔 다소 경박해 보일지도 모른다. 원래 어비설 헌터스의 피는 서로 이어져 있으니까. 그저 이 관계의 종점을 그녀들은 수도 없이 봐왔고, 말하지 않아도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그러나 멀지 않았다. 어쩌면 두 달 뒤, 어쩌면 내일일지도 모른다. 로렌티나는 다음 정비 때 새로운 톱날을 갈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불결한 것들이 다시 몰려온다. 로렌티나는 이 춤이 끝날 때까지 미래의 가능성에 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기로 다짐했다.}}}|| || {{{#white Part 2.}}} ||||{{{#white 한 번 또 한 번의 무도회, 그러나 파트너들은 입을 다물고 침묵을 선택했다. 로렌티나는 싫증을 느꼈다. 이건 진정한 무도회라고 할 수 없다. 물속에서 녹아버린 잔해, 귀청을 찢는 듯한 노랫소리. 이는 놈들의 노랫소리다. 로렌티나는 그 우아함을 인정했지만, 그녀의 스텝을 따라올 정도는 아니었다. 마지막 파트너마저 산산조각이 나자 녀석의 발광 기관도 점점 빛을 잃어갔고, 익숙한 어둠이 다시 찾아왔다. 바다의 밑바닥에서 파도를 느끼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바다의 무게를 느꼈다. 이게 과연 평온이란 말인가? 로렌티나는 곤혹스러웠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평온이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거나, 다른 노랫소리와 어울려야 하는 게 아닌가? 좀 더 따스하고, 좀 더 느긋한 것으로…… 그건 어떠한 멜로디였을까? 로렌티나는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들려오는 녀석들의 합창이 자꾸만 귀에 거슬렸고, 잔물결마저 짓눌려 버렸다. 오직 놈들만이 영원히 존재한다. 이때 아련한 그림자가 로렌티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평온…… 그게 평온인가? 아니면 공포? 로렌티나는 몇 걸음 다가가더니 발끝을 바짝 세워 몸을 회전했다. 양팔은 유달리 가벼웠다. 그리고는 허리를 굽혀 다시 몸을 회전했다. 손에 뭔가를 쥐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춤은, 과거 누군가와 함께 췄던 게 아니었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기억 속에 그 사람은 서툰 파트너였다. 그래도 눈앞의 녀석들보다는 훨씬 나았으니. 기억, 기억이 실타래처럼 엉켜버렸다. 로렌티나는 자신이 원하는 기억을 찾기 위해 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했다. 기억을 찾아낸다고 달라질 게 있나. 그녀는 기억이 자신을 어디로 이끌지 몰랐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정해진 것은, 아직 오지 않은 것보다 더 혐오스러우니. 다음 곡을 출 시간이 온 것일까, 놈들의 노랫소리가 더욱 커졌다. 노랫소리에 따라잡히고 싶지 않은 로렌티나는 드레스를 정리했다. 그리고, 파트너들이 입장했다.}}}|| || {{{#white Part 3.}}} ||||{{{#white 그건 정말로 예쁜 바위였다. 새하얗고 반듯하며 부드러운 모래 속에 반쯤 묻혀 있는 게, 마치 정성스럽게 만든 디저트를 조심스럽게 파도 밑에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여기는 너무나도 좋군요.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녀를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는 혼자 오랜 시간을 걸었다. 무너진 잔해를 지나, 끈적한 살점을 넘어, 노랫소리를 뚫고, 죽음을 거쳐. 마침내, 그녀는 그 바위 앞에 도달했다. 이건 아마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기나긴 여정의 종착지를 전혀 생각해본 적 없었으니까. 그래도 다행이다. 최고의 순간은 늘 이렇게 예기치 않게 찾아오니. 그녀는 다가가 바위를 어루만졌다. 그녀가 예전에 익혔던 지식은 그녀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이미 어두운 바닷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감정은 아직 거기에 남아 있었다. 이미 설명을 포기했던 감정이 그녀의 희미하게 떨리는 두 손안에 어김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런 떨림은 아주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바위를 쓰다듬으며 희미한 온기라도 느끼고 싶었지만, 결국 손에는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온도에 대한 감각을 잃고 있었다. 손끝으로 조금은 거친 느낌이 전해졌다. 이건 마치 영원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굉장한 돌이다. 아득한 시간 저편의 어느 오후, 그녀도 이렇게 어떤 바위를 쓰다듬은 적이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세월에 저항할 수 있는, 소멸에 저항할 수 있는,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종말에 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운명이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게, 어떻게 보면 또 일종의 저항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연결. 과거 자주 입에 오르내리던 이 단어가 이미 기억 속에서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빛이 바랬지만, 그녀는 더 이상 자신과 연결된 사람이 없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때가 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 그녀는 가볍게 팔을 들어 올렸다. 한때 무기라 불렸던 물건은 이미 썩어버려 잔해만 남았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일을 해내기에 충분했다. 바위가 조금씩 깎여나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그녀는 눈을 감았다. 드디어 완성되었다. 그녀는 형체 있는 물건 속에서 허무를 해방했고, 자신의 운명을 허무로 돌려보냈다. 파도가 밀려와 온갖 흔적을 데려갔다. 모래 위의 그 커다란 바위와 그 그림자도 모두 파도에 씻겨 사라져 버렸다.}}}|| ||||||{{{#white '''퀘스트''': 도달}}}|| || '''{{{#white 클리어 보상}}}''' ||||<bgcolor=white> || || '''{{{#white 기본 소장품}}}'''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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